글 놀이

새총(23.12.10)

Hobakking51 2023. 12. 10. 16:16

새총

아침 일을 마치고 9시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.

배낭 속에는 탁구 라켓이 들어있고 배낭 속 작은 주머니엔 새총 두 자루와 실탄이 들어있다.

(실탄은 쇠구슬탄도 있지만 나는 흙과 세라믹을 혼합하여 빚은 탄을 쓴다, 이 실탄은 목표물에 맞으면 깨진다)

집에서 다리를 건너 증산동 뒷산인 봉산을 오른다.

정수장인 체육공원에서 이마에 수건을 동이고 새총을 꺼내고 주머니에 실탄을 100여발 넣고는 첫 번째 과녁을

향해 새총을 발사한다.

딱 하고 첫발이 양철 판에 맞고 마찰음이 사방에 퍼지면 내 입술에 미소가 흐른다.

그러나 명중하지 않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맞출 때 까지 쏜다.

증산동에서 수색 탁구장까지 약 4km 거리에 중간 중간 약 30여개의 과녁이 있다. 내가 매달아 놓았다.

과녁이라야 통조림깡통 아니면 페트병 따위다.

과녁과 나와의 거리가 약12~15m 이걸 맞추어야 진행 하는데 어느 때는 30개중 25개를 첫 방에 맞추는가하면

또 어느 때는 죽어라 안 맞는다,

열 번 열다섯 번을 쏴야 비로소 맞는다.

이럴 땐 짜증도 남다.

= (깡통소리) = (패트병소리)

명중하면 가슴에서부터 느껴지는 희열이 올라온다.

어느 사람은 새총을 쏘며 앓던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고백도 들었다.

출발과 도착 중간지점에 약간 펑퍼짐한 언덕이 있고 여기에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있다.

동네 어른들이 네다섯 분 운동을 즐기신다,

그곳에도 과녁이 있고 내가 쏘아 맞추면 노인들이 박수치며 좋아하신다.

:오늘은 첫 방 맞아 운수 대통 하겠네:

하며 덕담도 하신다.

나는 칭찬듣기위해 그곳에선 더 신중하게 쏜다.

연세를 물어보니 두 분 다 86세 호랑이 띠시란다.

우리 형님보다 한 살이 많으시다.

항상 나오시던 분이 안 나오실 때는 주위 분한테 물어도 본다.

어느 때는 두 분이 싸우셔서 안 나오신다는데 일주일정도 안 오셨다

그러나 화해 하셨는지 다시 나오신다,

그중한분은 새총에 관심이 많으셔서 내 총을 이리저리 만져보시고는 당신 고향에서는 새총을 무대소라 부른다

하셨다 고향을 여쭈어보니 개성 이 시란다.

우리 충청도 에서는 새총을 느래기 라고도 부른다.

지방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른가 보았다.

이리저리 두 분들과는 정이 들었다 안 나갈 땐 왜 안 왔냐? 물으신다,

성이 뭣인지 성함이 뉘신지 는 안 물어 보아서 모른다.

정이 들다보니 두 분께 뭐든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,

날씨도 추워지고 하니 장갑이라도 한 컬래 씩 사드릴까?

해서 보니 장갑은 끼고 계셨다.

그러던 어느 날 두 분께 따뜻한 국밥을 사드시라고 2만원씩을 쥐어드렸다 한사코 사양 하시는걸 박수치고

응원한 대가라고 하며 자리를 떴다.

다음날 만나니 한분께서 너무 고맙다며 그 돈으로 돼지고기 세근 사다 잡수었다 하신다.

그런데 매일 쏘는 과녁이 실종되기도 한다,

나뭇가지에 보일락 말락 달아 놓았는데 무슨 심사로 없애는지 종종 그런다.

그런 때는 다음날 다시 달고 없애면 또 달고 ,

그렇게 30여개를 쏘다보면 1시간 30분 후에 탁구장에 다다른다.

이마에 동인 수건은 젖어있고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,

만보기를 들여다보면 7천보가 조금 넘게 찍혀있다 ~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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