친구
오늘 토요산행도 포기하고 친구 만나러 나섰다.
중학교 고등학교 동창 두 사람들이니 60년 지기인 셈이다
이 친구들과는 젊었을 때부터 쭉 같이 친분을 유지해 왔다
해마다 여름에는 아이들을 앞세워 이고 지고하여 피서를 같이 갔는가하면 아이들이 커서도
일 년에 몇 번씩 부부 동반으로 같이 여행도 다니는 사이다.
오늘도 한 친구의 초청으로 점심을 같이하러 아내와 지하철역으로 갔다.
지하철을 타기위해 서 있는데 유리창에 윤선도 선생의 시 한수가 눈에 띈다.
내 벗이 몇인가 하니 -윤선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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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벗이 몇인가 하니
물과 돌, 솔과 대
동산에 달 오르니 더욱 반갑구나
두어라 이 다섯밖에 더하여 무엇하리
이시를 읽으며 한참을 생각에 젖었다.
선생은 물, 돌, 송, 대나무, 달 . 이 다섯이면 족하고
냅 둬라 더 있어 뭣하겠냐 하신다.
물론 자연을 노래한 시인이시고 현실속의 친구와는 차이가 있겠지만,
나에게 친구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.
친구, 참 좋은 사이다.
어느 현인은 학교를, 배우러 다니는 것보다 친구를 사귀러 다닌다고 했었다 그러니 지연 혈연 학연 이라는 셋 중에
한축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?
고향친구 학교 다닐 때 친구 사회에서 알았던 친구 수많은 친구들이 전화번호에 빼곡히 수록되어있다.
그러나 이 많은 친구들 중에 일 년 넘게 안부전화 한번 안한 친구들이 수두룩하다.
우리 일상에서 일 년 넘게 안 입었던 옷이나 물건들을 과감히 없애버리는 것처럼 친구들 명단도 지워버려야 하는가?
그렇게 한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,
그러나 그렇게 까지야 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 인 것 같다.
언젠가는 애경사든 어떠한 이유로든 연락이 서로 오갈 것이기에 저장해 놓게 된다.
그런데 어떠한 친구가 진정한 친구일까?
그 답은 어렸을 적 우리 선친께서 들려주신 이야기 속에 답을 찾기로 해본다.
옛날 어느 마을에 친구사귀기를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다,
이 청년은 친구를 핑계로 언제나 밖에서 맴돌았다 때로는 주색잡기에 빠지는 가하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
부모 속을 썩이었다.
부모님의 꾸지람에도 변명은 친구들과 사귀다보니 그렇다며 늘 친구를 앞세웠다.
하루는 부모님이 아들을 불러 앉히고는,
“네 친구가 몇 명이나 되니?”
하고 물었다.
“ 수도 없이 많지요”
“그 많은 친구들이 진정한 친구들이더냐?‘
”그럼요 의리는 물론 콩 한쪽도 나누어 먹을 만한 친구들입니다“
”그래? 그렇다면 너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자 나의친구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아보자 꾸나“
그날 머슴을 시켜 집에서 먹이던 돼지를 잡아놓고 어둑어둑 할 무렵 보자기에 싸 지게에 짊어지게 한 다음
아들의 제일 친한 친구 집으로 갔다.
아들은 아버지가 일러준 대로 친구를 불러내어.
”여보게 내가 어찌어찌하다가 사람을 죽였네, 이 시체를 당장 매장해야하니 도와주게?“
그 말을 듣던 친구는 사색이 되어,
”미안 하네 친구 내가 급히 가볼 곳이 있어 힘들겠네, “
하며 거절하는 것이었다.
아들은 지게를 지고 다를 친구를 찾아갔다.
그러나 그 친구도 핑계를 대며 거절하고,
세 번째 친구도 역시 적당한 핑계로 도망치듯 사라졌다.
이어 아버지가 지게를 바꾸어지고 아버지 친구 집으로 향했다.
”이보게, 친구 내가 어찌어찌하다 사람을 죽였네, 혼자 겁이나 자내를 찾아왔네, 도와주시게, “
그 말을 듣던 아버지 친구는,
” 알았네 내가 얼른 삽을 가지고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게, “
하며 황급히 집안으로 달려가 삽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었다.
그때 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,
”역시자네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네 “
하며 지게에 짊어지고 온 돼지를 내려 친구 집에서 잔치를 하였다는
줄거리이다.
진정한 친구는 많아야 좋은 것은 아니고 어려울 때 진심으로 도움 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
선친은 이야기 속에 교훈하셨다.
죽마고우 관포지교 수어지교 금란지교라는 라는 친구를 뜻하는 고사 성어는 많이 있지만 진정한 친구란
자기가 한만큼의 기대를 넘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,
우리가 익히 들었던 유명문구가 생각난다
빈천지교 불가망(貧賤之交 不可忘)
이 해를 보내며 친구라는 의제를 생각해 보았다 .
나의 친구들 모두 건강들 하시게나 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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